yonggij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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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

며칠 간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났다. 어찌 된 일인지 2월이 되자 연락이 많이 와서 그리고 또 어찌 된 일인지 지난 7일 동안 약속이 잡혀, 무언가 앞으로의 불안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대로 사람들과 약속을 잡았고, 연달아 만났다. 사람들을 통해 또 다른 사람들을 소개받았고 돌아올 때마다 체력이 소진돼버렸다.

" 아 뭔가 사회성 훈련하는 것 같다…. 사람 만나기 훈련…."
헛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내뱉었다.

5일 만에 본가에 돌아와 빨래하고 신발을 빨았다. 신발이 너무 더러워 몇 번을 헹궜는지… , 정리를 해도 전혀 정리되는 것이 없는 기분이다. 한 가지 일을 끝맺음하지 않는 습관이 ‘대강 대강’한 위치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일기장을 아직 못산 게 너무 답답하다. 대신 여기저기 메모를 해두고 있다.일기장도 사야하고, 사야 할 것이 많은데, 오늘로 잔액은 정말 바닥이 돼버렸다. 어쩌지….

사람을 잔뜩 만나도, 있었던 일도 기억하거나 적지 않으면 금세 잊어버리곤 한다. 혹은 기억하지 못할 만큼 나에게 큰일이 아니었거나.

문득문득 쓸쓸해지곤 한다. 지나간 세월이나 변하는 사람들. 보고 싶은 사람들…. 떠나보내기 싫은 사람들.

더는 나쁜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뭐든, 누구에게든.
사실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기억과 사실들이 하루에도 한 번씩은,
매일매일…. 언제나 날 쿡 찌르고 지나간다.

131231

단순히 정리한다는 것 이외의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지 않더라도 ‘청소’에 만큼은 집착하는 이유도 잠시 중요하게 생각해보았다. 어떤 의지와 생각들이 나의 안과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나약한 의지를 붙드는 일에는 어떤 행동들이 행해지고 있는 것일까. 생각했다. 나에게 여운과 쓰라림을 주는 사람들. 내가 외면하고 있는 것들. 허공에 맴도는 무책임한 말들. 

하루는 정치에 관련된 기사와 글들을 한참 동안 찾아보고 하루는 정교하고 치밀한 문구류들을 찾아본다. 카카오톡에서 유니세프를 친구 추가하고 온갖 잡화품들을 찾아보다 일기를 적을 조용한 공책이 하나 갖고 싶어졌다. 웃기게도 타자로 무언가를 쓰는 것을 더 좋아하면서 편집실에 있는 칠판에는 세벌체 글씨로 정성 들여 욕을 적는다. 아무도 없을 때 욕을 적고 두 발자국 물러서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지우기를 반복. 다음 걸음. 그다음 걸음이 나에겐 없다. 

그 나약한 의지가 나를 청소로 이끈다. 할 일을 적은 노트들에 적힌 그 괴리감들이 날 무기력하게 만든다. 치료되지 않는 권태는 가사상태에 가까운 일상을 나에게 선물한다. 

글을 자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정기적으로 꽃을 사고 싶다. 그렇게 나에게 부여할 규칙성 들은 답답한 두통보다, 규칙이 주는 한계 결정의 공포보다 서늘하게도, 안타깝게도 현재 나에게 필요한 요소들이다. 

난 나의 재능에 대한 가능성이나 방임을 허용할 여유가 없다. 묵직하게 갈리는 도처럼 칠판에 정성 들여 쓰던 욕을 내 손발에 묶고 외쳐야 한다. 

이를 갈며 나를, 나에 의해서, 나에게 욕하라.눈이 안보인다. 편두통 전조증상. 일시적인 구원. 환영의 늪에서 난 시각을 잃는다. 


보고 싶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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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그 무언가들이. 곧, 내 곁에서 없어지는 것이 두렵다.

그리고 너무 늦어. 기다리다 지쳐 날 떠나는 것들도,

난 두렵다.

12월

아직 많은 것들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무언가에 홀린 듯 주말 동안 미친 듯 놀았다. 쌓여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 것들이 불안하면서도 문득 그 쌓임이 나에게 필요한 것들인지 의문이 들었다.

연락하고 싶은 사람한테도 많이 연락하지 못한다. 묵묵해져야 한다. 생각을 더 깊게 행동은 더 신중히. 내년엔 조금 더, 내년엔 지금보다, 라고 말하기엔 연속된 하루 들의 반복이기에 졸업이라는 단어도 내년이라는 단어의 감흥은 그다지 크지 않다. 모여 모여 하얀 입김을 불어대는 종각역을 티비를 통해 바라보는 것도 나름 연말 기분의 묘미기는 하지만, 언제서부터인가 큰 느낌 없이 무언가 흘러가는 느낌을 강하게 지울 수 없다. 주말의 유효된 놀이를 뒤로하고 서울역에 갔다. 철도노조의 소리, 어디선가 들리는 부정선거의혹, 기차를 타기 위해 모여든 그 수 많은 사람들, 거대한 흡연구역. 아 정말 정신없다. 토요일의 서울역. 서울. 난 무거운 가방을 메고 9401을 타고 황급히 서울은 그렇게 도망쳤다.

서울역 매표소에서 겹쳐지는 기억들을 구겨 넣고 무언가 변모한 풍경들을 보며 떠올렸던 추억들도 구겨 넣었다.

나열된 생각 위에 바보 같은 일들을 먼저 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이번 주가 정말로 대학생활의 마지막 주다. 내일은 받아온 작은 아르바이트를 친구들한테 배분해주고 교수님을 만나기로 했다. 대학원이야기를 몇 주 전부터 하셨는데, 대학원. 잘 모르겠다.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책 몇 권과 기요시 영화를 사왔다.

아마 책은 읽지 않게 되겠지…

졸업상영회는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내 작업이 스크린에 틀어지는 것은 심장이 터져 나갈듯한 상황이지만 좋다고 말해준 친구의 말도, 무언가 밀려난 듯한 느낌도, 누구도 탓하기도 실망할 것도 없는 그런 ,

너무 많은 일과 갈등이 내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내가 얼마나 선택하지 않고 살아왔는지를 반성하게 한다.

비 오던 광진시장을 걷던 날이 기억난다. 철퍽 철퍽, 너무 추워 길거리에 검은색 수면 양말을 사서 거리 복판에서 양말을 겹쳐 신었다. 변한 게 있다면 내가 예전보다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게 된 것. 따뜻했다. 동시에 잇몸에선 계속 피가 났다.

나에게 2013년 12월이란, 나뉘고 견줄 수 없는 그런. 그리고

건너의 것 , 2013 

건너의 것 , 2013 

건너의 것 , 2013 

건너의 것 , 2013 

건너의 것 , 2013 

건너의 것 , 2013 

건너의 것 , 2013 

건너의 것 , 2013 

건너의 것 , 2013 
live action 

건너의 것 , 2013 

live action 

건너의 것을 편집하고 있다. 부끄럽게도 내일모레가 졸업심사 마감인데도 편집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녹음기도 빌리지 못한 채 아이폰으로 무언가를 녹음했다. 잡음이 심하다. 건너의 것의 지문들. 대사들. 얼굴들을 편집하며 무언가를 보고 그 얼굴들을 편집한다.

'허구'라고 정해버리는 것은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일종의 도구다. 사라져버린 아득한 건너의 것. 오늘, 집에 혼자인 것을 깜박했다. 보일러를 새벽 2시가 돼서야 켰다. 난방비를 절약해야 하므로 밸브를 조금만 열어야 한다. 새벽은 너무 춥다. 아직 방안에 냉기가 가득하다.

하지 않았다.

하지 않았다. 뭐든, 뭐든 말이야.
그래서 조금은 볼 수 있는 마음이 든다. 라고 쓰면 거짓말일까.

그다지 나아지지도 바라보지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은, 묵묵해져야겠다는 마음이 많아진다. 무언가 묵묵하게 견뎌내는 것, 인정하는 것, 말을 좀 더 줄이는 것을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미루지 말아야 할 일들도 더욱 생각해본다. 답답한, 명치 부근에서 무언가 튀어나올듯한 그것들을 눌러 담아야 함을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필요함을, 나에게 다짐한다. 불필요한 가치들이 날 잠식하지 못하도록 나의 속물적인 그 모든 근성을 버릴 수 있도록, 그러면 이 터질듯한 답답함은 어딘가에 , 어디로 가야할까. 꾹꾹 눌러담아서… 장구라도 배워볼까. 

잠들지 못한 채 주파수에 갔다.

2시간을 잤다 부탁을 거절했다. 거절한다. 지하철에서 할머니를 경멸했다. 지하철 철의자 쇠의자가 너무 뜨거웠다. 보일러라도 켠 걸까. 의자에 앉은 채로 뻐근한 뒷목을 느꼈다. 눈을 감았더니 문득 자살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곧이어 김선일 참수 동영상이 생각났다. 반은 잠든 채 아니 반은 잠이 들려 노력하니. 그 목의 모습이. 검은 두건에 아니 하얀 두건에 의해 잘려나가는 목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했다. 칼이 기억이 나지 않아 칼의 모양도 상상했다. 목소리는 또렷하게 기억난다. 죽고 싶지 않다고 울부짖던 그리고 이내 괴성과 피가 섞인 괴음. 반쯤 잘려나가자 갑자기 아무 소리도 나지 않던, 그리고 두건에 의해 들려진 그 머리를, 기억을 만들어냈다. 온몸이 오싹해짐을 느낀다. 뻐근한 뒷목이 뜨겁게 금방이라도 곧 죽을듯한, 그 어둑하고 조용한 불안이 날, 약을 타서 걷던 여름날의 매미 소리. 서현역으로 향하던 그 길을 기억한다. 오늘은 노이즈를 들었다. 그 괴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괜스레 생각했다.

나는 아직 말할 수 없다. 아직 말을 건넬 수 없다. 
조금만 기다려. 열심히 해볼게. 이거 일단 만들어 볼게. 

답장 못 해 미안해. 힘들다. 외롭다. 슬프다. 
입 밖으로 내버리면 정말로 그렇게 되어 버리는 것들이 있다. 

나는 분명 그렇게 느끼고 있지만, 아직 전화를 걸 수 없다. 

들어봐…? 어제는 책상에 있는 돌을 들어 봤는데 참 무거웠다. 어제는 책상에서 잠이 들었는데 허리가 너무 아팠어. 어제는 기분이…. 아니야 이 이야긴 그냥 두자. 괜찮아. 그리고 어제는 또 무슨 일이 있었더라. 어제는,

내가 잊었던 것들은 그런 것들이다.

내가 알고 있는 맥락을 잃었다.내 작업에 생명력이 사라진 것은 그것때문이다.  상기시켜야 한다. 그 모든 가치와 몰이해가 이룩한 일일드라마스러운 이미지들을 모두 잊을때가 된 것이다. “모두 잊었느냐!?” “반쯤 잊었습니다!”